보도자료 [교단일기]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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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교총 작성일 22-07-06 16:22 조회 6,437 댓글 0본문
최근 광주 한 초등학생 일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일 크게 보도되었다. 제주도로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하러 간다던 학생의 마지막 생활 반응은 제주도가 아닌 완도에서 잡혔고, 며칠 뒤 바다에서 인양된 자동차에서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학생의 아버지가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하고 생활고를 겪었으며, 수면제를 검색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소식을 접하고 그 학생이 없는 교실에 남은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사망한 학생이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과 같은 5학년이라 그런지 더욱 착잡했다. 특히 체험학습 기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는 제자를 직접 신고하고, 결국 뉴스를 통해 죽음을 확인한 담임선생님의 최근 한 달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는 차마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담임선생님의 신고로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마음을 달랬다.
그 와중에 언론은 이 죽음의 책임을 학교와 교사의 관리 소홀로 떠넘기는 보도를 시작했고, 여느 때처럼 “교사들은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하는 일이 없다”는 근거 없는 비난이 잇따랐다. 이어 교육부는 일주일 이상 체험학습시 학생에게 주 1회 이상 전화하는 등 담임교사가 학생 관리를 더 강화하라는 면피용 공문만 남발했다. 이 어린이의 죽음은 엄연히 부모의 잘못이자 사회·경제 시스템의 문제이지, 5일에 한 번씩 연락하지 않은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교사의 전화 한 통으로는 이미 죽기를 결심한 보호자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체험학습 기간 동안 학생의 안전은 전적으로 보호자의 책임이며, 학생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면 체험학습 신청과 관리를 교육지원청에서 통합해 담당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문제 상황에서 일선 학교와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 것은 한 두 번 본 일이 아니지만,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학교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를 내리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알아내야 할 진실은 끝내 밝히지 못한 채 학교에는 생존 수영이 들어왔다. 물론 생존 수영은 배워두면 유용한 기술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가르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인가? 예외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회피하는 동안 학교에는 무의미한 행정 절차와 외부 인력만 늘어났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시스템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고 학교를 향해 폭탄을 돌리는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
학교의 존재 목적이 교육이라고 해서 교육의 모든 부분을 학교가 도맡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전가하기 쉬운 대상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학교, 학생, 보호자, 지역 사회, 국가 등 모든 주체가 근본적인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민정 온남초등학교 교사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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