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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교사 생전에 "교장 교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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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교사 생전에 “교장·교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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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11. 오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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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따지러 오자 “수업 중인데도 교감이 불러”
“교사는 보호 아니라 비난을 제일 먼저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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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당시 근무했던 학교 앞에 항의성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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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목숨을 잃은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ㅅ(42)씨가 생전 학부모 민원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 고통을 호소해도 보호해주지 않는 학교 관리자 등과 관련해 남긴 기록이 공개됐다.

아동학대 수사 과정의 고통과 무혐의 처분에도 끝나지 않는 좌절감 등의 내용도 담겼다. 교사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교육활동 침해와 이를 막을 제도가 부재했던 교실의 참상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이다. 

■ ‘아동학대’ 억울한 혐의 벗었지만 

대전교사노동조합이 9일 공개한 ㅅ씨의 제보를 보면,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고 저희 반에 지도가 어려운 학생 4명이 있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ㅅ씨는 이 글을 초등교사노조가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직후인 7월21일 학교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벌인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보냈다. 

학부모가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9년 3월~2020년 10월의 주요 기록을 ㅅ씨가 남긴 것이다. 당시 2390명의 교사가 참여한 초등교사노조의 사례 제보와 설문 조사에서 교사 99.2%가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제보 내용을 보면, ㅅ씨는 학생 지도 과정에서 학부모와의 소통을 ‘직접 혼자서’ 책임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9년 3월 한 학생이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 지도”한 뒤 “학부모에게 문자로 가정에서 지도해주길 부탁”했다. 5월에는 학부모가 “(급식을 먹지 않겠다는 문제로) 전교생 앞에서 본인의 아이를 지도하였다며 불쾌”해하는 민원을 전화로 받았다. 모두 ㅅ씨가 직접 학부모와 문자메시지, 전화, 대면 상담을 통해 감내한 모습이다.

학교 관리자들이 ㅅ씨를 보호하지 않는 모습, ㅅ씨가 수업을 포기한 채 민원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제보에 담겨 있다.

ㅅ씨는 2019년 11월의 일을 적으며 “학생의 부모가 교무실로 무조건 찾아옴. 1, 2교시 수업 중 교감 선생님이 교무실로 내려오게 하였으며 학부모는 사과를 요구하였음. 같은 자리에 교장, 교감이 있었으나 도움을 주지 않았음”이라고 썼다.

ㅅ씨는 학교 쪽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ㅅ씨는 “당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였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남편은 왜 회사 일을 하는데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느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때 저는 그 물음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보호가 아니라 회사의 비난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라고도 했다.

학부모는 12월 ㅅ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아동학대 조사기관의 정서적 학대 판단 이후, 경찰·검찰 조사를 거친 뒤에야 그는 혐의를 벗었다. 

■ 맺음말은 “교사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십시오”

동료 교사들은 ㅅ씨가 사건 이후에도 “(당시 문제가 된) 4명 학생의 형제들이 각 학년에 분포되어 있어 다시 담임과 학생으로 (학부모를) 만나게 되면 힘들어질 것이 예상돼 계속 교과전담(교사)을 했다”고 전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누가 봐도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었으므로 학교장이 교권보호위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줬다면 (학부모가) 지속해서 민원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윤 대변인은 이어 “현재 아동학대 조사기관은 학교 현장을 잘 몰라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정서적 학대 결정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국회, 각 시·도교육청은 민원 응대 시스템 개발, 학교장의 책임 강화, 학교 생활 지도의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위원회 설치 등의 방안을 뒤늦게 추진하고 있다. ㅅ씨는 글을 정리하며 “교사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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