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과밀학교 '5분 컷' 번갯불 식사 일상화... 해법은 "글쎄요." 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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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총장 작성일 23-12-31 21:56 조회 341 댓글 0본문
학생 많은 센텀중 등 점심 전쟁
급식실 공간 부족 3교대 식사
학습권 이어 식사권 침해 심각
학급당 10명 미만은 폐교 걱정
해운대-강서 등 양극화 뚜렷
교육청 뾰족한 대책 없어 난감
“매일 밥을 반만 먹고 버려요. 5분쯤 먹다 보면 2학년이 밥 먹으려고 줄 서 있으니까요.”
부산 대표 과밀학급 해운대구 센텀중에 재학 중인 3학년 김 모(16) 양의 호소다. 450명 수용되는 센텀중 급식실에서 점심시간 동안 재학생 1200여 명이 이용하려면 학년별로 3교대, 반별로 4개 그룹으로 나눠 식사를 해야 한다.
점심시간은 낮 12시 20분부터 오후 1시 20분. 배식은 낮 12시 50분께 마무리된다. 주어진 시간에 전 학생이 밥을 먹으려면 식사는 ‘전투’가 된다.
3학년 김 양은 1교대로 제일 먼저 식사를 하는데 교실은 1층, 급식실은 3층이다. 낮 12시 20분. 점심시간 종이 치면 3층으로 뛰어 올라가 배식을 받는 시간 5분, 식사는 5~10분간 이뤄진다.
숟가락 든 지 5분 지난 낮 12시 30분. 2교대인 2학년이 들어와 배식을 받는다. 3학년이 식탁을 차지하고 있어 2학년은 식판을 든 채 밥 먹는 3학년을 지켜보고 서 있어야 한다. 교사들도 다 먹은 사람은 먼저 올라가라고 재촉한다. 김 양이 “매일 밥을 반만 먹고 버린다”고 말한 이유다.
김 양의 아버지 김 모(47) 씨는 이런 점심 식사를 3년간 이어간 딸이 만성 소화불량에 내내 시달렸다고 했다. 김 씨는 “집에서도 밥 먹을 때도 10분이 채 안 걸린다”며 “학교에서는 식사 속도가 늦은 학생을 위해 따로 좌석을 만들어 놨다는데, 밥 먹다가 좌석을 옮기는 게 정상적이냐”고 물었다.
과밀 상태인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에서 ‘5분 컷’ 번갯불 식사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넘쳐나는 학생 수 때문이다. 센텀중 등 부산 일부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학급당 10명도 안 되는 과소학급 신세인 학교는 폐교를 걱정한다. 교육 당국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과밀학급 상위 5곳은 대부분 동래구와 해운대구 등에 모여 있는 반면, 학급 수가 10명 이하인 과소학급은 강서구, 동구 등에 밀집돼 있다. 동래구 여명중(30.3명), 해운대구 센텀중(30명), 동래구 사직여중(29.2명) 등이 대표적이다. 과밀학급이 쏠린 지역은 좋은 학군으로 정평 난 인기 거주지다.
해당 학교들은 시교육청 과밀학급 기준인 학급당 학생 수 28명을 이미 초과했다. 과밀학급 문제야 계속 거론돼왔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넘어 식사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어 학군 쏠림 문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센텀중 이지현 교감은 “늦게 먹는 아이들을 위해 50석을 비워 운영하고 있고 실제로 좌석을 옮겨 느긋하게 먹는 학생도 많다”면서도 “물리적으로 공간을 넓힐 수 없고 학생 수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센텀중 과밀학급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전학생은 받지 않겠다고 교육청에 전달했지만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학생 배치를 하도록 전학 절차가 되어있어 학교에서 학생 수를 조절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 급식실뿐 아니라 모든 공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내년 센텀중 입학을 앞둔 초등 6학년 자녀 학부모 최 모(46) 씨는 “센텀중 인근 초등에서는 6학년 2학기만 되면 전학생이 몰려온다”며 “유리한 입시를 위해 센텀중 등을 선호하는 분위기지만 과밀학급 안에서 아이들 생활은 열악해지니 센텀중에 진학시킬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생 수 절감 추이에 따라 학생 과밀 현상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운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학생 수가 부산 전역에서 매년 줄어들고 있어 센텀중도 차차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학생 수 증가 추이를 검토하고 있고 교육 여건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 절감에도 일부 지역에 수요가 쏠리는 과밀 현상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시교육청 학생학부모지원과 관계자는 “중학교는 학군제로 다른 학교에 지원이 가능한데 유달리 센텀중 등을 선호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학생 수가 증폭되면 모듈러 교실 설치 등으로 해결하지만 꾸준히 선호도가 높은 학교의 경우 강제적으로 학생 수를 조절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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