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수업 330강좌, 공교육만으로 서울대 15명 보냈다.(일반고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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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 330강좌, 공교육만으로 서울대 15명 보냈다 [일반고 성공 신화]
22일 찾은 한민고는 산과 공장단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가까운 시내인 파주 운정신도시, 고양 일산에서는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게다가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기는 어렵다. 휴대전화 반입도 금지되어 있고, 학교에서 빌려주는 태블릿PC는 교실에서만 쓸 수 있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했다. 이곳에서는 학원과 과외가 아닌 방과후수업과 자습이 주요 일과다.
한민고는 2014년, 군인 자녀를 위한 학교로 세워졌다. 입학생의 70%는 전국의 군인 자녀 전형이고, 30%(일반전형)는 경기도 소재 중학교 졸업자 중 내신 성적으로 선발한다. 일반전형은 올해 합격선이 200점 만점에 199.5점에 달할 정도로 최상위권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특목·자사고가 아닌 한민고를 선택하는 이유는 대입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년간 한민고는 서울대에 40명, 포항공대에 39명이 진학했고, 의약학 계열에 43명이 진학할 정도로 이공계 입시에서 강세를 보였다. 경기도에 자사고와 과학고가 한 곳씩밖에 없다는 것도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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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과·종합반까지 대비…졸업생 과외도
한민고 학생은 수업 후 저녁 9시까지 방과후수업을 듣는데, 올해 개설된 강좌만 330여개다. 과목별로 '단과반'은 물론, 각 대학별로 '종합준비반'까지 있어 대형 학원을 방불케 한다. 천왕성 방과후학습부장은 “3명 이상 원하면 수업을 열어주는 게 원칙”이라며 “과목별 특정 단원을 심화 학습하는 수업부터 진로와 연계된 융합 주제를 탐구하는 수업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교사마다 특정 대학을 ‘전담 마크’ 하기도 한다. 김택헌 인문학부장은 “교사마다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대학을 하나씩 전담한다”라며 “의대에서는 MMI(다중미니면접)를 보는데, 교사들이 직접 의대에 가서 연수를 받아 오고 기출 문제를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수의예과에 합격한 3학년 문정(18)양은 “방과후수업에선 일반 수업 시간에 다루기 어려운 초고난도 문제풀이 스킬까지 배울 수 있다”며 “수능 이후 2주간 집중 준비를 해줘서 면접 대비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방과후수업으로도 부족한 공부는 명문대에 진학한 졸업생들이 나선다. 매주 주말마다 졸업생 선배들이 후배에게 화상 과외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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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보다 학교 믿는다…학부모 신뢰 높아져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 높다. 학부모 신경량(50)씨는 “특목고를 보내면 주말마다 학원에 간다고 하더라. 한민고에선 아이들의 모의고사 성적 변화를 투명하게 보여주는데, 성적이 오르는 걸 보면 믿음이 간다”고 했다.
사교육 업체의 '불안 마케팅'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씨는 “킬러문항 배제 같은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담임 선생님이 ‘분석 페이퍼’를 직접 만들어 공유해줬는데, 학원에서 하는 입시 설명회를 가지 않아도 안심이 될 정도”라며 “아이가 입학하기 전엔 학원을 6개 다녔지만, 지금은 학교에 모든 걸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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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이 좋은 입시 결과 만든다”
‘공교육 신화’ 이면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다. 한민고 교사들은 “공교육이 바로 서야 입시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박광순 3학년부장은 “3학년 2학기 수능 전 열리는 심화 과목들도 수능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수업한다. 대학에서도 입학 후에 학생들이 진짜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파악하더라”고 말했다.
수행평가는 수시에 반영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본이 된다. 박 부장은 “수행평가만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수시에도 대비가 될 수 있게 설계한다. 수행평가 과제 내용을 학생부에 써서 통상적으로 불가능한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수요를 막을 수 없다면, 학교 수업으로 최대한 만족시킨다는 취지다. 1학년 김지후(16)양은 “국어 한 과목에서도 교과서 위주 수업과 모의고사 위주 수업이 나뉘어 있다. 모의고사 수업에선 선생님이 ‘인강’처럼 주요 문제를 해설해주고 질문을 받아준다”며 “선생님들이 연락처를 알려주셔서 언제든 질문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에는 교사들의 노력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한민고 이야기-공교육의 비밀 병기』를 쓴 임혜림 교사는 “저희는 특별한 교육을 하는 게 아니다. 공교육 과정을 성실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 사회가 그것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고이기 때문에 특목·자사고처럼 학교 운영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도 있다.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기 어렵고, 교사 선발도 일반고와 똑같이 한다. 부족한 재원은 교육청이나 외부 기관 지원 사업에 응모해 따내야 한다. 신병철 교장은 “선생님들이 주말·휴일 없이 희생한 덕분이다. 학부모가 학교를 믿어주고 학교폭력이나 민원이 거의 없어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스스로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교사는 “솔직히 그냥 직장이라고 하면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진 학교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지원을 받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성취도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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